올해 울산 울주군 K-드론 배송 사업에서 사용된 ㈜볼로랜드의 배송드론 ‘허큘리스’. 50kg라는 최대 이륙중량이 특징이다. (사진: ㈜볼로랜드 제공)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볼로랜드 대표이사 안성호입니다. 저는 항공산업의 미래와 드론의 역할을 늘 생각해 왔습니다. 특히 드론은 기계, 전기, 전자, 통신, 항법,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보안 등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합된 산출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이러한 분야들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부산에 있는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공고에서 전기전자를 배웠고, 이후에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싶어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 후 관련 일도 몇 년간 했습니다. 그리고 공군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던 경험이 있는데, 저의 병과특기는 ‘항공전자통신항법장비정비’였습니다. 조금 길죠? 4년간 강릉 전투비행단에서 F-5 전투기의 각종 전자장비들의 정비를 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IT업체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다가, 친구의 소개로 조선해양 분야 전장설계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여기서 15년 정도 일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조선 분야 사업은 빅 사이클이 있어 어려움이 있기도 했고, IT 분야에서의 새로운 일을 찾다가 지금의 드론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볼로랜드는 2021년도에 설립했습니다. 볼로랜드를 통해 드론 산업에 기여하고자 열심히 달려왔고, 우리 직원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빠른 시기 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경운대학교 무인기공학과에서 석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늘 배움의 자세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드론 개발 제조업체의 역할은 배송 서비스 자체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서비스 수행이 가능하도록 전문적인 기술을 통해 튼튼하고 안전한 드론을 만드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드론의 안착을 위하여 정부 주도의 실증 사업을 당분간은 지속해서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볼로랜드는 울주군 간월재에서 드론 배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해발 900m 이상의 고도이기에 볼로랜드의 드론 배송 성공 사례는 의미가 크기만 하다. 사진은 간월재 1호 손님의 모습. (사진: ㈜볼로랜드 제공)
올해 울주군에서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하셨습니다. 올해 사업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울주군은 산과 계곡, 바다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도시입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죠. 올해 저희가 공원 배송을 하게 됐는데, 9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인 간월재에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드론 배송을 성공시켜 지역 상권의 새로운 판로 개척과 안전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을 도전해서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잘 마쳤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습니다.
이러한 도전을 하게 기회를 주신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기술원, 울주군 관계자 분들과 물류유통연계를 도와주신 세종사이버대학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리디엑스랩과 드론배송앱 개발을 해주신 지아소프트, 비행로 구축을 해주신 에어랩스코리아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에이엠피를 비롯해 힘든 시기에도 늘 함께 해준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분들의 조언과 노고가 없었다면 이 사업이 오늘에까지 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무엇보다 쉬어야 하는 황금 같은 주말에 K-드론 배송을 위해 헌신해 준 우리 볼로랜드 팀원들의 수고가 컸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헌신 덕분에 올해 드론 배송 서비스를 추진한 16개 드론배송사업자 중 볼로랜드가 최우수 기업(1위)으로 선정되어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앞으로도 드론 산업 발전에 아낌없는 지원과 도전을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 볼로랜드가 직접 만든 비행제어기 ‘NarinFC’를 과감하게 적용하여 우수한 성능을 검증하고 드론의 안전성 확보와 수입 대체효과를 가지게 된 점을 가장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폭설이 내리던 지난 11월 27일 육군 제28보병사단에서 드론 배송에 성공했던 사례입니다. 당시 드론 배송은 한미연합으로 진행된 혈액 수송훈련이었습니다. 배송드론(VL-1300A)이 후방에서 혈액과 의약품을 싣고 이륙해, 환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한 최전방 지역까지 안전하게 비행했습니다. 비행 거리는 22km였으며, 이를 자동비행으로 수행했습니다. 예상 비행소요시간은 27분이었는데, 바람을 등에 안고 비행해서 2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예상소요시간 계산이 정확했던 것이지요. 도착 후 배터리 잔량을 확인해 보니 20%가 남았습니다. 아마도 25km 까지도 충분히 비행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저희 드론이 음식 배송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일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뿌듯하기만 했습니다. 이번 훈련을 마치고 28사단장님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습니다.
볼로랜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행제어기 NarinFC를 드론에 탑재해 드론 배송을 수행했다. 국내 기업 중 자체 FC를 실전 배송 현장에서 사용한 사례는 볼로랜드가 유일하다. (사진: 드론매거진)
볼로랜드는 ‘드론 스테이션’도 꾸준히 개발해 오셨습니다. 볼로랜드의 스테이션 기술이 궁금합니다.
‘충전식 스테이션’과 ‘교체형 스테이션’ 두 가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스테이션의 목적은 ‘드론 활용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무인화 시스템’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드론은 상업용·산업용·군사용·관제용 등 특수목적을 위한 드론 위주이며, 대체로 공공기관에서 그 수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드론을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서 스테이션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충전식 스테이션’을 활용하면 드론이 보관도 되고, 충전도 되면서 내가 원하는 시각에 맞춰 자동으로 비행까지 가능합니다. 비행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서 충전하겠지요. 또한 긴급 비행도 가능하게끔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드론이 30분 정도 비행하고 돌아오면 다시 한 시간은 충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산불이 발생하거나 등산객이 부상을 입어 구조요청을 했을 때 여러 대의 드론들이 교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여러 대의 드론을 운용한다는 상황에 대비하여 타워형 스테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드론 4대가 들어갈 겁니다. 먼저 출동한 1호기가 돌아오기 전에 2호기가 출동합니다. 서로 교대하며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게끔 하는 것이죠. 그리고 드론이 다시 돌아와서 다름 비행을 위해 배터리를 교체합니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불과 1~2분이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교체형 스테이션’입니다.
스테이션 기술도 고도화해서 배송 드론 부문과도 연계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직접 스테이션으로 와서 자신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물건을 찾아가게끔 하는 스테이션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타워형 멀티 스테이션은 아파트처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스테이션이며,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해 가는 형식입니다.
볼로랜드의 고중량 배송용 드론(허큘리스)은 페이로드가 50kg입니다. 음식 배송 외에도 쓰임새가 다양했을 듯합니다.
지금의 구분에 따르면 페이로드 150kg까지를 드론이라 부릅니다. 저희는 이를 넘어서는 ‘갤럭시’라는 모델을 내년에 만들 계획인데, 이는 페이로드가 300kg급입니다. 저희 VL-2240 ‘허큘리스’ 드론은 최대 페이로드가 50kg입니다. 내년에는 100kg급까지 사용해 볼 예정입니다.
허큘리스는 원래 음식 배송용이 아니었습니다. 울산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지 않습니까? 만약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사고 지점으로 긴급 구호 물품을 보낼 수 있어야 하지요. 사람이 직접 닿기 어려운 곳에 저희 드론이 방사능 구호물품을 싣고 운송할 수 있습니다. 50kg급인 허큘리스는 60인분의 방사능 구호물품을 실을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50kg이라는 페이로드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산간과 선박에도 배송이 가능하며. 전투 목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만약 여기서 배터리 성능이 더욱 발전된다면 비행시간이나 활용도 역시 더욱 확장될 겁니다. 현재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전도체 배터리나 리튬메탈 배터리 등 기존 배터리보다 가벼운 것을 활용한다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허큘리스 1호기는 현재 국립항공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볼로랜드는 드론을 활용해 음식 배송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일에도 기여하고 있다. 폭설이 내리던 지난 11월 말, 볼로랜드는 육군 제28보병사단이 주관한 한미연합 훈련에 참여해 부상병에게 혈액과 의약품을 드론으로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 드론은 22km를 쉬지 않고 비행했다. (사진: ㈜볼로랜드 제공)
볼로랜드는 비행제어기와 임무컴퓨터 등 드론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올해 배송 사업에서 또 하나의 의미가 있는 점은, 드론에 저희가 만든 비행제어기 제품을 직접 탑재했다는 점입니다. 아마 14개 지자체 중에서 유일한 사례일 겁니다. 많은 드론 기업들이 ‘큐브 오렌지’라고 불리는 대만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저희도 수입해 사용해 왔으나, 이제는 저희가 만든 ‘NarinFC(Flight Controller)’를 쓰고 있습니다. 대만 제품보다 비행제어가 더 잘됩니다. 나린(Narin)은 ‘하늘에서 내려준’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올해 저희 드론에 모두 탑재해서 운영 중이며, NarinFC를 장착하여 납품한 드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체적으로 FC를 만든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안타깝게도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 NarinFC를 미국에도 수출하려 합니다. NarinFC에는 많은 수의 반도체 칩, 센서 등 다양한 부품들이 들어가는데 미국 방산 분야 진출까지 고려하여 이러한 부품들 중 중국과 대만에서 만든 부품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드론은 모터와 프로펠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터와 프로펠러도 국산화하기 위해 지금도 관련 전문 업체를 미팅하며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국산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기업들과 꾸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100% 국산화가 완성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드론배송 사업을 위해 기업의 입장에서 건의할 만한 내용이 있으실지요.
드론 배송 실증사업은 끊기면 안 됩니다. 끝까지 가야 합니다. ‘실증’이라는 타이틀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닙니다. 물론 업체는 드론을 안전하게 운용해야 하겠지만, 단순히 드론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것을 실패로 봐서도 안 됩니다. 미래를 위한 사업이기에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다만 아직 수익성은 부족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며, 수익성 부분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정부나 지차제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사실 현재로서 이 사업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배터리 하나가 100만 원인데, 배터리 하나로 가능한 비행횟수는 300번 이내입니다. 지금처럼 3,000원의 배송비로는 배터리 하나를 살 돈도 안 되는 현실이죠. 거기에 인건비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운송사업 분야에도 국비 지원이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드론 배송 또한 국가의 지원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드론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도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업이 ‘수입 대체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해외에서 구매한 드론이 아닌 저희가 만든 드론으로 사업을 진행했지 않습니까? 국산화 부품도 충분히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으니, 서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서 발전하고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지난 몇 년간 정부에서 드론 연구개발 지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지원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이제 드론도 국산화가 된다면 도입기가 아니라 성숙기가 될 텐데, 많은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DJI가 아니라 우리나라 드론을 많이 구매해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드론 업체들은 저가수주를 하지 않길 바랍니다.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저가로 수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수주해놓고 망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아직은 사업이 힘들지만 그래도 보람과 재밌어서 오늘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점이죠. 드론 배송은 활용도도 많고 스테이션, 라스트 마일(last-mile) 로봇과의 연계 등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이런 부분들도 점점 도입될 겁니다. 지금 일부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울주군에서 로봇이 마을회관으로 음식을 들고가는 장면도 머지않아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볼로랜드 안성호 대표는 드론의 100% 국산화를 시도하며,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실전에서 입증하고 있다.
그는 머지않아 우리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 드론매거진)